세계여행/′08 영국

여자 혼자 떠나는 영국 축구여행 <02> 리버풀과 리버풀

미스캡틴 2021. 6. 9. 21:28

 

 

영국 런던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에서 내셔널 익스프레스(영국 버스회사)를 타고 약 5시간을 달려 리버풀에 도착했다. 성인이 된 이후, 아주 조금씩이지만 차곡차곡 쌓여가는 통장의 잔액을 매달 확인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으로 이번 여행의 모든 것을 계획하면서, 나는 오직 이 순간을 기다렸다. 고등학교 때 리버풀을 좋아했던 순간부터 꿈꿔왔던 소망이 현실이 되는 바로 이 순간을.

 

이 지구 상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도시, 리버풀에 내가 왔다!

 

  영국 교통정보
  - 버스 내셔널 익스프레스(National Express) 바로가기
         런던 ↔ 리버풀 (약 5시간 반 소요), 리버풀 ↔ 맨체스터 (약 1시간 소요)
  - 기차 트레인라인(Trainline) 바로가기, 내셔널레일(National Rail) 바로가기
         런던 ↔ 리버풀 (약 2시간 반 소요)



리버풀의 우주대스타 비틀즈 스토리
리버풀에서 가 볼 만한 곳인 앨버트 덕
리버풀 대성당

 

 

나는 물 만난 고기처럼 비틀즈 스토리, 리버풀 대성당 등 리버풀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사심이 가득 섞인 눈은 리버풀에서 무엇을 봐도 신기했고, 입은 그저 감탄사를 연발하기에 바빴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하루는 길을 잃었는데 '여기가 어디지?'하면서도 무작정 앞을 향해 걸었다. 걷고 있는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지만 그냥 리버풀이니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에서 1년, 아니 단 몇 개월이라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리버풀 시내에서 17a번(2008년 당시 버스 번호라서 현재는 바뀌었을 수 있음) 버스를 타고 Anfield Road에서 내렸다. 드디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곳, 안필드 스타디움에 도착했다. 스타디움 외벽에 있는 THE KOP이란 글자와 리버풀 엠블럼을 봤을 때의 그 기분이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느껴졌다.

 

두근두근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안필드로 들어서자 샹클리 동상이 나를 반겼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두 팔을 높이 치켜든 모습이 마치 나를 환영해주는 것 같았다.

 

반가워요. 샹클리!

 

 

 

 

드레싱룸에 들어서자 익숙한 이름과 등번호를 가진 유니폼들이 벽에 나란히 걸려있었다. 투어 가이드가 이런저런 말을 해줬지만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겨우 건진 것은 캐러거가 스카우스(scouse: 리버풀 사투리)가 심해서 동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한다던가, 여기에 걸려있는 유니폼은 선수용이 아니니까 자신의 것과 바꿔가지 말라는 이야기였는데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드레싱룸에서 단연 인기는 No.8 리버풀 캡틴, 스티븐 제라드! 역시 리버풀의 심장은 전 세계 팬들의 심장까지도 사로잡았고 나 또한 그 사로잡힌 팬들 중 한 명이었다. 나는 차례를 기다렸다가 제라드와 알론소 사이에 앉아, 마치 실물과 찍는 것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게 바로……양손의 꽃!?

 

  스타디움 투어
  - 가격 23파운드 (학생 할인 18파운드), 소요시간 약 70~90분 및 박물관 30분 
  - 현재 박물관에 프리미어 리그 트로피 전시
  - 평일(학교운영 기간)에는 가이드 투어 (그 외 오디오 가이드, 한국어 없음)

  레전드 투어
  - 가격 50파운드 (학생 할인 40파운드, 시즌티켓 또는 멤버십 소지자 20% 할인)
  - 소요시간 약 70~90분 및 Q&A 약 60분

  - 리버풀 레전드Q&A, 싸인포토타임 
    (존 알드리지, 이안 캘러한, 필 톰슨, 앨런 케네디, 얀 몰비, 필 닐, 테리 맥더못, 스티브 맥마흔 中 선택)

 

 

내가 앉았던 121번 자리. 참고로 저 쓰레기는 내가 버린 거 아님ㅜㅜ

 

 

수많은 감독과 선수들이 지나갈 때 손을 댔던, THIS IS ANFIELD 통로를 지나 피치로 나왔다. 

가운데 잔디를 빙 둘러싼 새빨간 물결(확장 전 45,276명 수용)을 쭉 둘러보니 내가 콥들의 성지에 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가이드가 뭐라뭐라 설명해줬지만, 그걸 들을 새도 없이 내 눈과 마음에 안필드를 담기 바빴다. 

 

 

 

 

응원하는 팀의 박물관 투어는 필수! 보통 스타디움 투어는 박물관 입장료까지 포함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힐즈보로 메모리얼 모자이크를 지나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리버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기도 하지만 박물관 투어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보기 위해서.

 

나를 포함한 수많은 축구 팬들을 리버풀로 이끈 보물. 캡틴 제라드가 엄청 멋있게 이 우승컵을 들었던 모습이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눈에 선하다. 

 

  주의사항
  - 음식을 가져와도 되지만 투어 중간과 박물관에서 섭취 불가
  - 박물관 마지막 입장은 오후 4시 (5시까지 운영)
  - 16세 이하는 성인과 동반해야 하며, 성인도 투어 티켓 구매 필수
  -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착용 의무

 

 

 

 

리버풀에서 며칠 머무르면서 경기도 볼 생각이었는데, 미리 한국에서 대행사를 통해 구입을 하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대행사에서 갑자기 티켓이 취소되었다며 환불해줬다. 이게 머선129? 리버풀 경기 보러 여기까지 온 건데 정말 인터넷에서 보던 일이 나한테 일어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 없어 경기 당일에 경기장에 갔다. 암표라도 구해보고 싶었는데 하필 이 날 박싱데이라 그런지 암표도 없었고, 지나가던 외국인이 자기는 가짜 암표를 파는 사람한테 가짜 티켓을 샀다며 넌 lucky 한 거라고 했다.

 

에잇! 경기도 못 보는데 싸인이라도 받자!

 

 

내 사랑 캡틴 제라드. 맨 처음으로 나와서 너무 당황한 나머지 카메라 버튼도 제대로 못 눌렀는데, 그나마 옆모습 건졌다.
2008년에는 슈퍼 서브 라이언 바벨도 있었지!
리버풀에서 가장 열심히 뛰면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해준 디르크 카윗! 팬들이 정말 좋아한 선수였다.
모든 여성 리버풀팬들의 로망? 존잘 다니엘 아게르! 이 때는 리버풀에 F4가 있었다. 토레스, 아게르, 제라드, 알론소!
이 때 로비 킨도 있었구나. 사인도 오래 해주고 매너남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오랫동안 리버풀 골문을 든든히 지켜준 페페 레이나. 팬들이 정말 사랑한 선수다.

 

 

나를 포함한 많은 팬들이 사인을 받기 위해 안필드의 주차장에서 선수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손발이 꽁꽁 얼 것 같은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팬들의 열정만큼은 뜨거웠다.

 

그렇게 얼마를 기다렸을까, 선수들이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냈다. 맨 처음 나온 선수는 리버풀의 캡틴, 스티븐 제라드! 처음부터 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마주하니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제라드를 실제로 봤다는 충격에 나는 아무 생각도 못하고 그저 입을 벌린 채 제라드가 싸인을 하는 모습을 홀린 듯이 지켜봤다.

제라드가 내 쪽으로 점점 다가오자 번뜩 정신이 들어 제라드 이름을 마킹한 유니폼을 내밀며 사인을 해달라고 애걸했다.

 

"Please, Stevie!"

 

나의 간절한 외침이 닿은 것일까. 제라드는 마지막으로 내 손에 들린 유니폼 위에 마킹된 자신의 등번호에 사인을 했다. 

 

올레에에에에에에에에에! 

 

 

 

 

선수들을 보고 싸인도 받았지만 영국까지 날아와서 경기를 보지 못한 억울함과 서러움에 이 날 호스텔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나는 항상 티켓을 구하고 가라고 말한다.

물론 현지 구매에 성공해서 보는 사람도 많지만, 거기까지 가서 혹시라도 나처럼 이런 상황이 오면 정말…. 그래도 행복했던 기억이지만 경기까지 봤으면 얼마나 더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을 요즘도 종종 하곤 한다.

 

어쨌든 리버풀 만세!

 

  주소 Anfield, Anfield Road, Liverpool L4 0TH
  홈페이지 www.liverpoolfc.tv
  전화번호 +44 151 260 6677

  운영 매일 09:00~17:00 (스타디움 투어 10:00~15:00, 매치데이 투어 없음)
  휴무 크리스마스(12/25) & 박싱 데이(12/26) & 1월 1일 & 힐스보로 메모리얼 데이(4/15) & 기타 행사
  예약방법 전화 또는 홈페이지 예약 바로가기

  가는길 ① 시내 퀸스스퀘어 6번 정류장에서 17번 버스로 15분
          ② 파라다이스 스트리트 환승센터에서 26번 버스로 15분
          ③ 경기 당일에는 안필드 전용 버스 운영 (Lime Street 기차역 앞 St Johns Garden 버스 정류장 - Liverpool L1 1H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