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떠나는 영국 축구여행 <01> 런던과 아스날
내 인생의 가장 최고의 행운은 바로 '축구'와 사랑에 빠진 것. 주위 사람들은 '여자'면서 축구를 사랑하는 나를 마치 외계인 보듯 신기하게 여기지만 나는 항상 말한다.
"축구에는 국경도 성별도 따로 없어!"
언제부터 영국 여행을 꿈꿨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고등학생 때부터 축구를 좋아해서 경기를 꼬박 챙겨보다 보니 스무 살이 되었을 때는 좋아하는 축구와 리버풀FC가 있는 영국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처음에는 부모님도 여자 혼자서 가는 건 위험하다며 말렸지만 내 평생의 꿈을 꺾을 수는 없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주말 과외 아르바이트를 뛰면서 온전히 나의 노동으로 처음 번 돈으로 겨울방학에 드디어!
나는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일본항공으로 도쿄를 경유해서 무려 16시간이나 되는 긴 비행시간에도 이 끝이 보이지 않는 하늘 아래에 영국이 있다고 생각하니 설레는 마음이 한 가득이었다. 나는 지루한 줄도 모르고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쭉 바라봤다.
여행 도중, 순간의 느낌을 적어두기 위해 챙겨 왔던 노트에도 '행복하다!!!', '기쁘다!!!'라는 말이 가득 적혀있다. 얼마나 행복했으면 그 말들 옆에 수많은 느낌표가 찍혀있을까? 곧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다는 기내 안내방송에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던 것 같다.
드디어 내 꿈이 실현되는 구나!
처음 히드로 공항에 발을 디뎠을 때의 설렘과 두려움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정말 고대해왔던 순간이지만 처음 보는 풍경에 어리둥절! 심장은 헐레벌떡 뛰고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공항에서 튜브(Tube: 런던 지하철)를 타고 시내로 가야 하는데 길을 몰라 헤매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길을 물었다. 외국에서 외국인에게 길을 묻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기에 내 딴에는 정말 큰 용기를 낸 거였다. 그렇게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호스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런던의 첫인상은 친절함!
2008년 12월 25일. 런던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크리스마스 때는 항상 가족과 함께 떠들썩하게 보냈는데 이 때는 내게 Merry Christmas(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조금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런던의 거리가 한산하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유럽은 크리스마스를 보통 가족과 함께 보내기 때문에 상점도 문을 닫고 거리에도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도 관광지 쪽으로 가니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나는 혼자 왔기 때문에 계속 다른 사람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해야 했는데, 이것도 처음엔 머뭇머뭇했지만 몇 번을 반복하니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 좀 찍어주실래요?
튜브를 타고 아스날(Arsenal) 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약 5분 정도 가면 아스날의 홈구장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이 보이기 시작한다. 확실히 최근에 만들어진 건물이라 거대하고 세련되었다. 에미레이츠의 수용인원은 무려 6만 355명. 작은 구장을 쓰고 있는 리버풀 팬이 보기엔 너무나 부러운 숫자다. 스타디움 투어를 위해 에미레이츠로 들어갔다.
스타디움 투어 - 가격 27파운드, 소요시간 약 1시간 - 오디오 가이드 (레전드 오디오 '영어' 가이드 선택 가능) 매치데이 투어 - 가격 15파운드, 소요시간 약 1시간 - 경기 킥오프 3시 이후인 날에 운영, 킥오프 2시간 반 전까지 운영 - 선수입장 터널 및 드레싱룸 제외 레전드 투어 - 가격 50파운드, 소요시간 약 1시간 반 - 아스날 레전드의 가이드 투어 (감독 사무실 포함) - 레전드와 Q&A 및 포토타임 - 투어 후 자유롭게 이동 가능 VIP 레전드 투어 - 가격 295파운드, 소요시간 약 4시간 - 아스날 레전드와 해설위원 니겔 미첼의 가이드 투어 (비공개 TV 스튜디오 및 감독 사무실 포함) - 런치 뷔페 (미슐랭 2스타 셰프) - 레전드와 일대일 싸인 및 포토타임 - 기념품 및 스타디움 투어 가이드북 증정 - 투어 후 자유롭게 이동 가능 |
아스날의 드레싱룸, 이미 세대가 바뀌어버린 지금은 기사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이름들이 걸려있다.
투어 가이드가 혹시 다른 클럽의 팬이 있냐고 물어보자 몇몇 사람들이 손을 들었다. "저는 뮌헨 팬이에요."라고 말하는 팬부터 시작해서 2명 정도가 더 자기가 응원하는 팀을 말했고 나를 제외한 나머지는 다 아스날 팬인 것 같았다.
나는 자신 있게 리버풀 팬이라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게 다른 사람들이 말한 클럽에 잉글랜드 팀은 없었기 때문이다. 딱히 라이벌리가 심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에버튼도 구장도 아니었지만, 왠지 말하고 나면 아스날 팬들의 시선이 따가울 것 같아 손을 들 생각도 못했다.
주의사항 - 재입장 불가 - 코로나 이후 현재 마스크 착용 의무 - 투어 시작 15분 전에 도착 -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접 구매하지 않은 사람은 티켓 인쇄 필요 - 작은 가방만 가지고 입장 가능, 기내용 가방보다 큰 가방은 입장 불가 - 전문가용 카메라 및 녹화장비 입장 불가 |
드레싱룸을 나와 선수들이 피치로 나갈 때 지나가는 통로에 섰다. 신기하게도 투어하는 팬들 중 아스날의 캡틴이었던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놀라울 정도로 닮은 남성이 있었는데, 가이드가 그를 앞세워 마치 실제 캡틴이 우리를 이끌고 나가는 것처럼 선수들처럼 줄을 서서 나갔다. 나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에미레이츠는 정말 부러울 정도로 컸고 관중석 맨 윗부분의 물결무늬도 참 멋스러웠다. 눈앞에 물결처럼 펼쳐진 수많은 관중석을 바라보면서 '이걸 조금만 떼다가 안필드(리버풀 홈구장)에 붙이면 좋을 텐데...'라는 어이없는 생각을 속으로 했었다.
어쨌든 에미레이츠...정말 부럽다.
주소 Emirates Stadium, Hornsey Road, London, N7 7AJ 홈페이지 https://www.arsenal.com/ 운영 스타디움 투어 매일 10:00~16:00 (크리스마스 휴무, 마지막 입장은 종료 1시간 전) 입장료 기본 27파운드 예약방법 공식 홈페이지 예약 바로가기 가는 길 Arsenal 역에서 오른쪽으로 도보 5분 |